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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홈지기
제목: 글모음-넷
60.이유 I
            
                원태연

이별한 순간부터
눈물이 많아지는 사람은
못다한 사랑의 안타까움 때문이요
말이 많아지는 사람은
그만큼의 남은 미련 때문이요
많은 친구를 만나려 하는 사람은
정 줄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요
혼자만 있으려 하고
가슴이 아픈지 조차 모르는 사람은
아직도 이별을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61.이런 남자 친구가 될께...

내가 피곤할 때도
너에게 짜증 부리기보다는
너의 눈빛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너의 따뜻한 마음에
나의 무거운 마음이 풀리는 걸 느낄수 있는
너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런 남자 친구가 될께.
내가 힘이 들 때도
너에게 위로 받기보다는
그저 네가, 너라는 아이가 내 옆에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행복할 줄 아는
그런 남자 친구가 될께.
널 언제나 여자로 바라보기보다는
함께 있는 동료로서
여자들만의, 남자들만의
구분 지어 하나씩 설명하기보다는
서로가 편안하게 느낌으로 통할 수 있는
그런 남자 친구가 될께.
때로는 너의 사소한 투정에
슬쩍 져주며 자존심을 세워줄줄도 알고
너의 솔직한 표현들이 서툴러도
그속에 담긴
너의 마음 있는 그대로를 이해할 줄 알며
내가 즐거울 땐 그 즐거움을 나눠 줄수 있는
그런 남자 친구가 될께.
혹시라도 너와 다투게 되어 기분이 나빠도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어설픈 자존심에
우리 사이가 멀어지지 않도록
먼저 웃으며 사과 할 줄 아는
그런 남자 친구가 될께.
어느날
나에 대한 너의 마음이
점점 식어간다는 걸 느낄 때
많이 힘들겠지만
너에 대한 나의 마음을 접으며
네가 어디서나 행복할 수 있도록
웃으면서 널 보내주는 멋진 남자.
하지만 반대로
나의 마음이 식어 가는 게 느껴지면
너에게 구차한 말로 핑계대기보다는
한번에 모든걸 정리하려 하기보다는
조용히 네가 다시 그리워 질 때까지 기다려보는
그런 남자 친구가 될께.
하지만 무엇보다도
네가 누구에게나 사랑 받기를
진심으로 빌어주고
내가 널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때는
네가 나의 여자 친구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널 자랑스러워하고
널 사랑하는 마음을
그 사람들도 느낄 수 있게
이 세상 누구보다 널 아끼는 남자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해주기보다는
마음으로 많이 사랑 해주고
시간에 쫓길 때에도
널 위해 잠시 공중전화에 들르는 여유를 가지며
언제나 널 편안한 안식처로 느끼는
그런 남자 친구가 너에겐 어울리겠지?
그런 남자 친구가 되어 줄께
네가 나의여자친구가 되어 준다면...

62.우리는 왜 이럴까

                  용혜원

외로움에 지친 어느날
약속도 없으면서 무작정 나온 거리가
내 모습만큼이나 심각하더구나
가로수는 외롭고
거리마저 쓸쓸하고
사람들은 왠지 쫓지는 것만 같았다
올 사람도 없는 카페에서
기다릴 사람이 있는 듯
문만을 응시하다
마음만 더욱 허전해 돌아왔다
우리들 서로 생긴 얼굴만큼이나
생각이 다르겠지
우리들 서로 꿈꾸는 만큼이나
이상이 다르겠지
친구야!
우리는 왜 이럴까
가까이 있으면 어색하고
멀리 있으면 그리워만 하게 되니 말이야


63.초상
                   조병화

내가 맨 처음 그대를 보았을 땐
세상엔 아름다운 사람도 살고 있구나 생각하였지요
두번째 그대를 보았을 땐
사랑하고 싶어졌지요
번화한 거리에서 다시 내가 그대를 보았을 땐
남모르게 호사스런 고독을 느꼈지요
그리하여 마지막 내가 그대를 만났을 땐
아주 잊어 버리자고 슬프하며
미친 듯이 바다 기슭을 달음질쳐 갔습니다


64.겨울밤은 길고 우리는 가난하지만..

      월간 '좋은 생각' 1999년 2월호

힘겨우니까 서로 의지할 수 있습니다.
가난하니까 서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 하면
서로 다정하고 애틋한 관계는 놓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가난해서 오히려 사랑이 깊어지는 것이라면
가난을 미워할 것만도 아니겠습니다.


65.우리 사는 동안에..

                  이정하

그대가 떠나야 한다길래 난 미리 아파했습니다.
막상 그대가 떠나고 나면 한꺼번에 아픔이 닥칠 것 같아.
난 미리부터 아픔에 대비했습니다.
미리 아파했으므로 정작 그 순간은 덜 할 줄 알았습니다.
또한 그대가 잊으시라 시면 난 그냥 허허 웃으며 돌아서려 했습니 다.
그대가 떠나가 난 뒤의 가슴 허전함도 얼 중에도 그대를 생각했습니 다.
내 가슴이 이런데 당신의 가슴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슬픔을 슬픔이라 이야기하지 않으며
아픔을 아픔이라 이야기하지 않으며
그저 행복했다고 다시 만날 날이 있으리라고
이 세상 무엇보다도 맑은 눈물 한점 보이고 떠나가 그대
아아~ 그대는 그대로 노을이었습니다.
내세에서나 만날 수 있는 노을이었습니다.


66.기다린다는 것

기약 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 쓸쓸하고 허탈한 마음을 아는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막연히 기다리는 일밖에 없을 때
그 누군가가 더 보고 싶어지는 것을 아는가.
한 자리에 있지 못하고 서성 거린다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소리라도 들릴라치면
그 자리에 멈추고 귀를 곤두세우는
그 안절 부절 못하는 마음을 아는가.
끝내 그가 오지 않았을때
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미리 알면서도
왜 가슴은 속절 없이 부너지는 것인지,
온다는 기별이 없엇는데도
다음에는
꼭 올 거라고 믿고싶은 마음을 아는가.
그를 기다린다는 것은
내 마음에 그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
그를 위해 마음 한 구석을 비워두는 일.
비워둔 자리만큼 고여드는 슬픔을
아는가 모르는가, 그대여.......


67.사랑하는 방식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만이
물질적인 배려만이,
진정 사랑이 아님을 압니다.
매일 만나 함께 있고
밤새워 전화하는 것만이
진정 사랑이 아님을 압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당신과 옷깃을 스치는
짧은 인연만은 아님을 압니다
당신을 곁눈질이지만 이렇게
지켜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돌아오는 것 없다 해도
조금은 슬프다 해도
이대로 당신곁을 서성이렵니다
그냥 이렇게 살아가렵니다...


68.내가 있음을 기억해

네가 내가 아니듯이 나 또한 네가 될수 없기에
네 모든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전부를 알지 못한다고 노여워 하지 않기를..
단지 침묵 속에서 어색하지 않고 마주 잡은 손짖만으로도 대화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행복하기를 ...

기쁨을 함께 나누어도 아깝지 않고 슬픔을 함께 하여도 미안하지 않으며,
멀리 있다 해도, 한동안 보지 못한다 해도 네가 나를 잊을까 걱정되지 않으며
나 또한 세월이 흐를수록 너는 더욱 더 또렷해져 내 마음속에
항상 머물기를...

세상이 너무 험하고 우린 너무 어리기에 수많은 고통과 상처속에
몇날밤을 지세울지 모르겠으나 너로 인해 무사히 넘길수 있도록,
너로 인해 내가 존재하고 나를 통해 너를 확인할수 있도록...
먼훗날 우리가 죽음앞에서라도 너와의 만남을 가장 행복해하며
너를 위해 기도 할 수 있기를...

모든 사람이 너의 아픔을 외면하는 그때에도 어디에선가
널 위해 기도 하는 내가 있음을 기억해
눈물이 나고 외로운 날에 아무도 너를 몰라 주어도
내 마음이 항상 너와 함께 하고 있음을 기억해
찾아 주는 사람도, 찾아갈 곳도 없는 어느날에
너를 위해 난 언제나 마음을 비워둔채
너를 기다리고 있을꺼야
네가 필요한 그런날에 내 이름을 불러주면 널 위하여 향해 달려갈 그런 내가 있음을 기억해...


69.키

                유안진

부끄럽게도
여태껏 나는
자신만을 위하여 울어 왔습니다

아직도
가장 아픈 속울음은
언제나 나 자신을 위하여
터져 나오니

얼마나 더 나이 먹어야
마음은 자라고
마음의 키가 얼마나 자라야
남의 몫도 울게 될까요

삶이 아파 설운 날에도
나 외엔 볼 수 없는 눈
삶이 기뻐 웃는 때에도
내 웃음소리만 들리는 귀
내 마음 난장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70.이런 늑대를 찾습니다
  
어느날 창문을 열어 젖혔을 때 따뜻한 미소를 지으면서
담밑에 서 있는 늑대

어두운 골목길에서 "일찍다녀 임마"하며 책가방을
들어주는 힘센 늑대

이유없이 내 입술을 훔칠 수 있는 늑대

밤 하늘의 별을 세며 "너 때문에 방황했었다"라고
속삭이는 늑대

딴 늑대랑 있는 걸 무지무지 싫어하는 늑대

겨울엔 "손이 차다"하며 자신의 파카 주머니에 이
고운 손을 넣는 늑대
  
밥 많이 먹는 여우를 애교있게 봐주는 늑대

내가 이별을 고하면 "난 아직도 너를 사랑하는데~"
라고 변론을 제기 할 줄 아는 늑대

"추워"라고 말하면 주저없이 코트를 벗어 줄 수 있는 늑대

어느날 내 손을 이끌고 이름 모를 도시로 훌쩍 떠날수 있는 늑대

내 눈물의 이유를 묻지 않고 "임마 내 셔츠 다 적셔도
좋으니까 이젠 슬퍼하지마"하며 꼭 안아주는 늑대

내가 다른 남자 생겼을 때 얼굴 붉히며 화낼 줄 아는 늑대

자전거를 타고 이 세상 끝까지 가자고 날 유혹할 줄 아는 늑대

때론 내가 커피값이 없어서 전화를 걸면 "기다려 임마"
라고 말할수 있는 늑대

가로등 없는 길목에서 오지 않는 날 기다리며 까만
밤하늘을 보고 문득 나의 이름을 조그맣게 속삭일 줄 아는 늑대

우연히 길에서 만났을때 "어디가 임마"라고 말해주는 늑대

내가 아프다고 말할때 말없이 따뜻한 손으로 머리를
짚어줄수 있는 늑대

이유없이 나의 손목을 훔칠 줄 아는 늑대

어젯밤 꿈에 나를 만나 기뻤다고 말할 수 있는 늑대

말없이 울고 있을 때 넓은 어깨를 빌려 줄수 있는 늑대

"너만 좋다며"하는 말을 자주 쓰지만
옳지 않은 일에는 끝까지 "안돼" 하는 늑대

기나긴 여행에서 피곤한 몸을 완행열차에 기대고 있을 때
살며시 안아줄수 있는 늑대

자신이 무척 괜찮을 걸 통 모르면서 타인의 장점에 눈 밝은 늑대

인적 없는 가로등 밑에서 어색한 귓속말로 "널 무지 안아
보고 싶어"라고 말할 줄 아는 늑대

하나 밖에 없는 토큰을 내게 줄 수 있는 늑대

비오는 수요일 빨간 장미를 코트에서 꺼내어 줄수 있는 늑대

내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안개꽃을 선사할 줄 아는 늑대

휴게실에서 날 위해 마지막 남은 동전을 털어 잘 구운 오징어를
사 줄수 있는 늑대

카오마의 람바다를 듣자마자 "야! 추자"하고 내 손을 이끄는 늑대

심은하와 나 중에서 망설임 없이 나를 선택하는 늑대

말없이 편지 한장을 건네주며 내 볼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늑대

내 눈이 단춧구멍만 해도 "눈이 이쁘다"라고 말할수 있는 늑대

내가 커피를 뽑을 때 에이스를 내밀며 미소를 던질줄 아는 늑대

음악을 들어면 금방 화가 풀리는 늑대

받은것만 기억하고 베푼건 모두 잊어버리는 늑대

나의 옷을 보고 한번쯤 "섹시해 보인다"라고 말할 수 있는 늑대

따뜻한 눈빛으로 나의 눈빛을 바라볼수 있는 늑대

진지하게 커피를 마실 줄 아는 늑대

내 생일날 나의 볼에 작은 입술을 빌려줄수 있는 늑대

낮은 목소리로 바르게 얘기할줄 아는 늑대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 '널 사랑해'라고 말해주는 남자

70.이별 노래  

       정승호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나는 그대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71.시골버스

한여름의 시골길을 버스가 달리고 있었습니다.
먼지로 뒤덮인 버스는 화덕처럼 뜨거웠습니다.
얼마쯤 달리는데 가로수 그늘밑에서 한 젊은 군인이 손을 들었습니다.
버스는 그 앞에 멎었습니다.
군인은 커다란 배낭을 안고 버스 맨 앞좌석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버스는 떠나지 않았습니다.
왜 안떠나냐고 승객들이 소리쳤습니다.
운전사는 "저어기" 하면서 눈으로 창밖을 가리켰습니다.
승객들은 모두 운전사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멀리서 젊은 여인이 열심히 논둑길을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버스를 향해 손짓까지 하는 폼이 웬간히 급한 모양이었습니다.
승객들은 여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개울물로
세수도 하고 바람을 쐬기도 하였습니다.
얼마 후 여인이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여인은 버스에 타지 않았습니다.
운전사가 빨리 타라고 소리쳤습니다.
여인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맨 앞좌석에 앉은 군인에게로 가서 창밖으로
손을 잡고서 "몸 성히 잘 가이소" 하며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젊은 군인도 "걱정 마래이" 하며 아쉬운 듯 여인의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승객들은 너나없이 한바탕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즐겁고 흐뭇한 마음이었습니다.
버스는 다시 먼지를 일으키며 여인을 뒤에 남겨둔 채 매미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로수 사이로 멀어져 갔습니다.


72.어떤 사랑 이야기

만년설을 이고 선 히말라야의 깊은 산골 마을에 어느 날 낮선
프랑스 처녀가 찾아왔습니다.
그녀는 다음날부터 마을에 머물며 매일 마을 앞 강가에 나가 앉아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달이 가고 해가 가고...,몇십년이 흘렀습니다.
고왔던 그녀의 얼굴엔 어느 덧 하나 둘 주름살이 늘어갔고 까맣던 머리도
세월속에 세어갔건만 속절없는 여인의 기다림은 한결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봄날, 이제는 하얗게 할머니가 되어 강가에 앉아 있는 그녀
앞으로 상류로부터 무언가 둥둥 떠내려왔습니다.
그것은 한 청년의 시체였습니다.
바로 여인이 일생을 바쳐 기다리고 기다린 그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그 청년은 히말라야 등반을 떠났다가 행방불명이 된 여인의 약혼자였습니다.
그녀는 언젠가는 꼭 눈 속에 묻힌 약혼자가 조금씩 녹아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떠내려 오리라는 것을 믿고 그 산골 마을 강가에서 기다렸던 것입니다.
할머니가 되어버린 그녀는 몇십 년 전히말라야로 떠날 때의 청년모습
그대로인 약혼자를 붙안고 한옶이 입을 맞추며 울었습니다.
평생을 바쳐 이룩한 사랑... 어디 사랑뿐이겠습니까?
쉽사리 이루기를 바라고 가볍게 단념하기를 잘하는 오늘의 사조(思潮)에
뭔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입니다.

  
73.아주 중요한 사건

얼마 전(이 글은 1970년대 글입니다.), 지방의 어느 조그만
마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할머니 한 분이 외롭게 살고 있었습니다.
식구라고는 할머니처럼 늙은 고양이 한마리 뿐이었습니다.
고양이에게 끼니찾아 밥을 주고 털을 쓰다듬어주고 그의 재롱을
바라보는 것만이 이 늙은 할머니의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고양이가 집 밖으로 나가서 돌아오
않았습니다.
며칠을 기다려도 고양이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할머니는 고양이가 갔을 만한 곳은 다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즐거움마저 잃어버린 할머니는 눈물로 나날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할머니의 외로움을 이해해주지 않았고, 할머니의 울음
소리를 듣는 옆집 사람들은 오히려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청승떤다"고 비웃기조차 했습니다.
그러나 이웃에 사는 한 아이만은 할머니의 슬픔을 자기의
슬픔처럼 느꼈습니다.
그 아이는 궁리끝에 경찰서를 찾아가서 할머니의 외로운 사정을
호소하고 고양이를 찾아주기를 간청했습니다.
그 아이의 진심에 감동한 경찰서에서는 고양이 수색작전을
적극적으로 펼쳤습니다.
경찰들이 설치는 것을 보고 처음엔 큰 강도사건이라도 난 줄
알고 불안해하던 주민들도 사정을 알고 나서는 즐거운 마음으로
고양이 찾기에 적극 협력했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고양이는 다시 할머니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고양이를 껴안고 반가움에 눈물짓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그제야 사람들은 외로운 이웃에게 무관심하지 말아야겠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1972년에 일어난 사건들 중에서 아주 중요한 사건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74.가을저녁

           이 동 순

오늘은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습니다
길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우수수 몰려다녔습니다
그대에게 전화를 걸어도 신호만 갑니다
이런 날 저녁에 그대는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신지요
혹시 자신을 잃고 바람 찬 길거리를 터벅터벅
지향없이 걸어가고 계신 것은 아닌지요
이 며칠 사이 유난히 수척해진 그대가 적정스럽습니다
스산한 가을 저녁이 아무리 쓸쓸해도
이런 스산함쯤이야 아랑곳조차 하지 않는
그대를 믿습니다 그대의 꿋꿋함을 나는 믿습니다.

  
75.차라리 당신을 잊고자 할 때...

차라리 당신을 잊고자 할 때
당신은 말없이 제게 오십니다.
차라리 당신에게서 떠나고자 할 때
당신은 또 그렇게 말 없이 제게 오십니다.
남들은 그리움을 형체도 없는 것이라 하지만
제게는 그리움도 살아 있는 것이어서
목마름으로 애타게 물 한잔을 찾듯
목마르게 당신의 그리운 밤에 있습니다
절반은 꿈에서 당신을 만나고
절반은 깨어서 당신을 그립니다.
나뭇잎이 썩어서 거름이 되는 긴 겨울 동안
밤마다 내 마음도 썩어서 그리움을 키웁니다.
당신을 향한 내 마음
내 안에서 물고기 처럼 살아 펄펄 뛰는데
당신은 어제쯤 온몸 가득 물이 되어 오십니까
서로다 가져갈 수 없는 몸과 마음이
어제쯤 물에 녹듯 녹아서 하나되어 만납니까
차라리 잊어야 하리라 마음을 다지며
쓸쓸히 자리를 펴고 나면
살에 닷는 손길처럼
당신은 제게 오십니다.
삼백예순밤이 지나고 또 지나도
꿈이 아니고는 만날 수 없어
차라리 당신곁을 떠나고자 할 때
당신은 바람처럼 제게로 불어 오십니다.

  
76.비

       이정구

비가 내린다.
투명 하도록 시린 푸른 하늘에서 한줄기 비가 내린다.
하늘은 파랗고
비는 투명하다.
자연 이 비는 사람들의 눈에
거의 띠지 않는다.
그런 데도 내린다.
끝없이
그것을 보아 주는 사람에게만


77.시 간

       윤수천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만 죄가 아니다
시간을 허비한 것도 죄가 된다
빠삐용이 죽음 직전까지 가서
깨달았던 것도
시간을 허비한 것에 대한 낭비죄였다

내일은 언제나 올 것 같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세상을 사는 동안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최선이란 말이다


78.새

당신의 가슴속에 살고 있는
새를 만나 보셨습니까?

날고파서 날개를
퍼덕이며 아파하는
꿈처럼 커다란 새를.

가슴이 열리면
훨훨 날고자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나는 보았습니다.
가슴에 날고있는 새를
새들은 앉기 위하여
날고 있지만

날으는 새는
사랑을 위하여
날고파 합니다.


79.내게 남은 일

이제 내게 남은 일은...
하늘같은 사람이 되는 일도,
하늘같은 사람을 사랑하는 일도 아닌,
그저 착하게
내 마음에 떨어진
희디흰 꽃씨 하나 받아 키울 수 있는
인간으로 남는 것.


80.고이는 걸 싫어한다.

나는 내 삶이 고이는 걸 싫어한다.

고여있게 되면 당장은 편할지 모르지만

조만간 썩거나 말라버리고 만다.

살아 있는 한 자연의 흐름을 따라

흐르고 또 흐르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에서 도전과 모험을 피하고

그저 머무르려고만 하는 것은

스스로를 정신병으로 돌진하는 것이다.


81.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도종환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서
당신을 생각합니다.
바람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서
당신을 생각합니다.

우리 비록, 개울처럼 어우러져 흐르다가
뿔뿔이 흩어졌어도...
우리비록 돌처럼 여기저기 버려져
말없이 살고 있어도...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많은 사람 중에서
당신을 생각합니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으나,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당신을...
생각합니다.


82.어머니가 있는곳

   마더 데레사 일일묵상집 <사랑은철따라 열매를 맺나니>중에서

가정은 어머니가 있는 곳입니다.
한번은 내가 한 어린이를 <어린이집>으로 데리고 와서
목욕을 시키고 옷을 빨아 입히고 모든 것을 돌보아
주었는데
그 이튿날 그는 도망갔습니다.
우리 선교회원이 그를 다시 데리고 왔지만
그는 또 도망쳤습니다.
그래서 나는 수녀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어린이를 좀 쫓아다니세요.
여러분 중 한 자매가 그 아이와 같이 머물면서
그가 도망치면 어디로 가는지 알아두세요."
그런데 그 아이는 세번째 도망쳤습니다.
따라가 보니 어느 나무 밑에
그 아이의 어머니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여인은 두 개의 돌덩어리 위에
작은 질그릇을 얹어 놓고 있었습니다.
수녀가 어린이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왜 <어린이집>에서 도망쳐 나왔느냐?"
그랬더니 그 아이가 대답하기를
"여기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에
여기가 내 집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어머니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곳이 집이었던
것입니다.
어머니가 만든 음식이기 때문에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것으로 만든 것이라도
괜찮았습니다.
그 아이를 끌어안아 주고 그 아이를 원했던 사람은
어머니였고,
그 아이에겐 어머니가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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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그를 사랑한다면..  소금별   2002/09/14  1004
16    소중한 사람을 위한 글....  소금별   2002/09/14  1946
15    ▶아름다운 손◀ [3]  이쁜이   2002/09/13  1139
14    소금별  수기의 소금별   2002/09/13  1205
13    '선사의 설법'중 -한용운  홈지기   2002/09/12  822
12    '산중문답'중 -조지훈  홈지기   2002/09/12  788
1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자~♡  Lovely Angel   2002/09/10  2095
10    '우리들의 새 대통령'中 -임보  홈지기   2002/09/09  775
9    이렇게 사랑하기를...  silverfish7   2002/09/08  1233
8    세상 끝닿을 때 없다고 느껴질 때.  silverfish7   2002/09/08  1015
7    '사랑법(法)' -강은교 [1]  홈지기   2002/09/07  1114
6    홀로서기  silverfish7   2002/09/0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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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모음-셋  홈지기   2002/09/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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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친구는..☆  이쁜이   2002/09/04  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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