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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홈지기
HomePage: http://www.supulgrim.org
제목: [사는 일]
사는 일

1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보다 먼저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두어 시간
땀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할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나랫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고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도 잠잠해졌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2
세상에 나를 던져보기로 한다
한 시간이나 두 시간

퇴근버스를 놓친 날 아예
다음 차 기다리는 일을 포기해버리고
길바닥에 나를 놓아버리기로 한다

누가 나를 주워가줄 것인가
만약 주워가준다면 얼마나 내가
나의 길을 줄였을 때
주워가줄 것인가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시험 삼아 나는 세상 한복판에
나를 던져보기로 한다

나는 달리는 차들이 피해가는
길바닥의 작은 돌멩이.  

                                       - 나태주 -

*어느 좁은 골목에 들어서니 이 시가 걸려 있더군요.
시인이 그리 말하지 않아도 삶은 나를 굽은 길은 굽게 가게 하고
곧은 길은 곧게 가게하였지요.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갈때에도 잘 가고있는 것이니 안심하라고 위로를 주는 듯 합니다.
어쩌다 실수로 좁은 골목에 들어 섰지만 이 시를 건졌으니
역시나 삶은 하나 버릴게 없는 것 같습니다.  -홈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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